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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to wander

[2018/이심농심] 제주도 농부로 한달살기 - 두번째 이야기

2018 제주 워킹홀리데이 / 이심농심


[부제 : 제주도 농부로 한달살기] 



## 두번째 이야기


오늘은 이장님댁의 하우스로 첫 출근이다. 제주 오기 전날 밤 꼴딱새고, 밤늦게 곶자왈 산책까지하고 새벽 5시에 기상하려니 잠은 잔건지 만건지 비몽사몽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가 서울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농부 템을 허겁지겁 풀 착장한 후 5시 45분 이장님 트럭 뒷칸에 탑승했다!

해가 뜨는 중이라 하늘 색이 이쁘다. 잠은 덜깼지만 서울과 다른 생경한 풍경 속에서의 출근길은 정말 기분 좋았다.



아직은 트럭 뒷자리가 어색하다. 어떻게 앉아야 할 지 모르겠다. 어색하기 젖지 않은 부분을 찾아 엉거주춤 앉았다.


첫 출근 기념사진! 다들 이른 기상에 눈이 부어있다.ㅋㅋㅋ



이장님 댁에 도착하자 우린 반기며 뛰어오는 브로와 콜리, 이장님께서 키우시는 푸들남매 브로콜리다. 너무 귀여워서 쓰다듬고 싶었지만 지난 밤 브로콜리가

하우스에 진드기를 퍼뜨린 주범이라는 경고를 미리 들었기에 멀리서만 귀여워하기로 했다. 자유로운 영혼같은 브로콜리. 너무 사랑스럽다.






오늘 우리의 일터는 이장님댁 앞에 있는 천혜향 하우스이다. 처음입은 농사복장에 햇빛에 타지 않으려고 중무장하고 하우스에 들어갔더니 땀이 비오듯 한다.

우리는 오늘 천혜향 나무에 있는 가시를 자르는 매우매우 중요한 임무를 받았다. 가시를 왜 자를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천혜향나무에 숨은 무시무시한 가시들을 보니

연약한 가시일때 빨리 잘라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들 장갑과 가위를 하나씩 받고 가시 찾아내기에 열중한다. 그런데 사실 무슨 가시를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눈에 띄는 가시를 찾아서 더듬더듬 잘라내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라는 추가 임무를 받고 열심히 잎사귀들도 잘라내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잎을 이렇게 마구 잘라내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잘 모르지만 열심히 해야했기 때문에 열심히 뭔가를 잘라댔다.. 그리고 반나절 쯤 지나자 뭔가 감이 잡힌 것 같다는 팀원 몇명의 유레카 외침이 있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음이었고, 이장님도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하고 있으라고 하셨다...ㅎㅎ



오늘 처음 뵌 이장님 사모님께서 새참으로 떡복이를 해주셨다. 오뎅이 듬뿍 들어한 푸짐한 떡볶이를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맛있게 먹고 다시 점심까지 일을 시작했다.

해가 점점 뜨니까 하우스안이 정말 너무 더워졌다. 평소에 오래 서있지 않다가 아침일찍부터 서서 가시찾기에 열중하다보니 조금씩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오전 11시쯤이 지나 막내팀원 유경이의 얼굴을 보니 흑토마토 색깔이 되었고, 토할 것 같다며 일사병 초기증상을 호소했다.

그럴만도 했던게  가뜩이나 통풍이 잘 되지 않은 하우스에서 농사에 미숙한 유경이는 땀복을 풀 착장하고 있던 것.. 다행이 곧 점심시간이었기에 트럭을 타고 

청수반점으로 이동했고, 시원한 냉면과 함께 유경이를 평온을 되찾았다


점심식사 후 우리는 다시 일할 생각에 겁을 먹고 있었지만, 이장님께서 숙소로 데려다 주셨고, 3시에 다시 오시겠다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서 나오라고 하셨다.

이장님께서는 해가 좀 진 오후에 일을 하고 나들이를 가실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놀러가자'라는 말만듣고 신나서 반바지 반팔로 갈아입고 나왔다.

우리의 복장을 보신 이장님께서 다소 당황하신 것 같았지만, 그냥 오늘 오후 농사는 다음에 땜빵하기로 하고, 우리는 신갠물 용천수라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출발했다.




제주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만난 바다에 설렘도 잠시, 우리의 영원한 반장님 이장님의 호령으로 우리는 다같이 바다에 입수했다.

그리고 영하 20도라는 용천수로 이동해서 오들오들떨며 바닷물을 헹구어내고, 정자에서 낮잠타임을 가졌다.





따뜻한 제주바람에 몸을 말리니 절로 나른해졌다. 

자상하신 이장님 덕분에 출근 첫날부터 이렇게 예쁜 제주 바다에서 물놀이를 했다. 첫날부터 이렇게 놀아서 약간 불안만 마음도 있었지만, 다들 내일부터

화이팅하자는 다짐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역시 내일로 같은 시각 (새벽 6시) 부터 이장님 댁 하우스에서 가지를 마저 자르기로 했다.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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