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출
오늘은 이천창고에 내려가서 미술작품 및 가구 정리하라고 하셨다. 부장님과 함께 오전에 이천으로 내려갔다. 회사를 관둔다고 한 이후, 이제 내가 딱히 일을 할 게 없어서 하루하루 무료하고 허무하게 보내는 중이었는데 사무실 밖으로 일을 하러 간다니 신났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나 힘쓰는거 체력쓰는 건 빵점이다. 운동신경도 없고 체력도 저질이라 힘이 드는 일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창고 2층에 올라가보니 벽면 하나를 차지하는 미술작품부터, 사람 키 만한 도자기 등이 곰팡이와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뭐 정리해서 진열하는 거야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지만 이걸 옮기고 닦고 하는 건 체력이 너무 딸리는 일.. 어쨌든 아침에 곱게 화장하고 흰 셔츠를 입었는데 이미 먼지 묻고 땀 범벅..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부장님께서 함께 하셨지만 그림 정리만 한 후 이미 지쳐버렸다. 나머지는 점심먹은 후 하기로 하고 마무리지었다.
2. 점심시간
여기는 인적이 드문 이천의 한 창고이기 때문에 점심을 시켜서 드시는 것 같았다. 오늘은 정체모를 도시락을 시키셨는데, 식기와 함께 도시락이 와서 10명정도서 나누어 먹는 분위기. 내가 유난스럽다고 스스로도 느끼지만 뭔가 비위생적인 느낌과 쇠 젓가락과 수저가 깨끗이 닦이지 않은 걸 느껴버리고 이미 밥맛이 뚝떨어졌다. 남자분 들은 잘 드시는데 혼자만 유난떤다고 느껴질까 억지로 계속 먹었는데 결국 절반도 채 못먹었다. 뭔가 비위상하고 국 속에 들어있는 고기조차 왠지 먹기 싫은 느낌.. 그냥 하는말이아니라 깔끔떠는 내가 재수없게 느껴졌다. 그래도 거북한걸 어째. 고의가 아닌걸
3. 걸레질
밥 먹고나리 걸레 4장이 놓여졌다. 파란색 손걸레인데 이것을 제대로 세탁해서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걸레는 축축했고 이물질이 묻어있었다. 속이 거북했지만 가구를 닦는 일은 내가 해야하긴 할 것 같아서 장식자을 닦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묻어나온다. 그래도 닦아놓고 나니 깨끗한게 보기는 좋아졌다. 그러나 도저히 걸레 냄새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간단하게 빨았다. 검은 구정물이 뚝 뚝. 역시나 이건 분명히 한번도 빨아서 사용한 걸레가 아니었다. 우웩넘어오는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걸레를 물에 헹구었다. 10번정도 하고나니 구정물이 연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구정물이 나온다. 도저히 더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 그냥 사용했다. 골동품 스러운 식기를 닦았다. 깨끗해지는 건 보기 좋고 느낌도 좋았다.
4. 불만
나는 회사에서 홍보부서에서 일하는 (신입직원이지만, 그리고 곧 그만둘 예정) 총명한 직원인데, (개인적인 생각) 왜 잘 하지도 못하는 청소, 힘쓰기를 여기까지 와서 해야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이런일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덜된건지 못된건지 내가 할일이 아닌데 왜 내가 와서 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정리되고 나서 뿌듯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냥 나는 내 체력을 오전 3시간에 다 써버렸다는 것부터 좀 억울하게 느껴졌다.물론 이악물고 씩씩하게 하면 되는거지만 내가 이렇게 한다고 누군가가 고마워 하기나 할까. 뭐든지 '보상'을 전제로 일하게 되는 내가 좀 간사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라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싶지가 않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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