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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ox

초록물고기 (Green Fish, 1997)




초록물고기

Green Fish, 1997


드라마 / 느와르 / 한국 / 114분 / 1997.02.07

이창동 /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초록물고기, '물고기' 에 대해 개인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어 이 영화가 끌렸다. 내가 키운건 초록물고기는 아니고 검은 물고기였는데 이누도잇신 감독의 어느 일본영화에서 우울하고 퇴폐적인 여자의 방에 검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에 끌려서 남자친구를 졸라 선물받았다. (강요로) 어릴 것 봉지에 든 작은 물고기들 외에 직접 내가 물고기를 키운건 처음이라 좀 미숙했고, 무신경하고 정신없는 성격때문에 물고기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물고기가 죽자,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물고기를 한낯 미물로 여겨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럴수도있지. 뭐 이런 느깜. 꽃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과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에게 까지 나는 작은 생명들에게 너무 무신경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이유없이 희생시킨 듯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이렇듯 나에게 검은 물고기 사건은 되먹지 못한 나의 천성을 되돌아 보게 했고 물론 잠시 울림 뿐 또 다시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떠올랐다. 


원래 잊을만한건 빨리 잊자 라는 주의 인데, 그래도 조금은 경각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초록물고기에는 지금은 영화계에서 이미 충분히 입지를 다진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석규, 문성근, 송강호 등등 다 기억을 안나는데 일단 문성근씨가 건달역을 맡을 것부터 이미 비주얼 적으로 충격이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자주등장하는 요즈음의 문성근씨는 아주 지적이고 교수님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건달중의 건달. 주인공은 갓 제대한 막동(한석규 역) 이다. 오지랖 넓고 사람을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막내 막동. 처름에 막동이 막둥이라서 애칭인줄 알았더니 이름이었다. 막동. 미애 (심혜진) 과의 인연으로 배태곤과 밑에서 일하게 된다. 미애는 배태곤의 애인. (애증의 관계) 막동은 미애에게 호감이 생기지만 워낙 어리숙한 스타일이라 표현하지는 않는다. 미애는 막동의 그런 순수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것 같다. 배태곤은 미애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 집착과 폭행을 행사하고, 자신의 일을 위해 그녀를 성 노리개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정맒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미애또한 반항하면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미 익숙해지거나 그들의 사랑의 방식일지도. 막동은 어리숙한 막내 건달로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지만 이렇게 얼른 돈을 모아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어한다. 아주 작고 소박한 막동의 희망. 


인근 패거리와의 시비가 붙어 자신이 속한 배태곤의 무리가 곤란한 상황이 반복되자 막동은 반대편 패거리의 보스를 칼로 찔러 죽인다. 사람을 죽인 후 겁에 질린 막동의 두려운 가득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의문인게 막동을 대체 무엇을 지키려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살인'을 자발적으로 한 것일까? 너무 순수하고 태곤을 믿었기 때문에 그저 '충성심' 때문에 살인을 했다기에는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멋모르고 마음이 앞서 실수하는 풋내기 처럼 '미스판단'이라고 하기에는 '살인'은 너무나 무거운 범죄이다. 막동의 살인 이후 계속 의문이 들었다. 결국 막동은 자신이 충성을 바친 태곤에게 배신당해 살해 당한다.  시간이 흐른 후 막동의 죽음을 가족에게도 태곤과 미애에게도 어렴풋 해졌다. 막동의 가족들은 어느덧 함께 모여 식당을 운영하며 지낸다. 태곤과 미애가 식당에 들어선다. 아마도 막동의 가족들이 운영한다는 것은 모르겠지.. 미애는 막동의 지갑에서 본 사진 속 집이 이곳이란 걸 곧 알아차리게 된다.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는 미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죄책감과 두려움과 그리움과 슬픔 등등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는 것 같다. 마음이 뒤숭숭한 영화. 잔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