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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ox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Jodaelye Nader Az Simin,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



드라마 / 이란 / 124분 / 2012.03.04 재개봉 / 2011,10,13 개봉

아쉬가르 파르하디 /

레일라 하타미 / 페이만 모아디 / 사레 바얏 등



영화의 첫 장면은 씨민과 나데르의 이혼 재판을 하면서 시작한다. 씨민은 오랜시간동안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해왔고 드디어 비자를 받아 가족이 다함께 이민을 가기를 원한다. 반면 나데르는 치매에 걸리신 아버지가 홀로 남겨질 생각에 도저히 곁을 떠날수가 없다. 독단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성향의 씨민은 이런 갈등속에서 이혼을 요구했고 재판을 통해 이혼은 성사되지 않았으나 씨민과 나데르는 별거를 시작한다. 이 또한 씨민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짐을 챙겨 떠날채비를 하는 씨민을 바라보는 딸의 표정이 어둡다. 불안과 불만족스러운 심리가 느껴지는 생김새. 영화 캐스팅을 잘한건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건지 각 배우들과 배역이 아주 잘 어울린다.





씨민은 딸에게 같이 갈 건지 의향을 물어보지만 딸은 나데르와 함께 남기로 한다. 딸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남겨진 나데르는 집안일을 거들어 줄 가정부 라지에를 고용한다. 라지에는 남편의 소득이 없어 임신한 몸으로 어린딸을 챙기며 가정부일을 맡아서 하기로 한다. 처음엔 집안일만 도와주기로 했었으나 나데르의 아버지가 금작스럽게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불가피하게 나데르 아버지또한 보살피게 된다. 여기서 아랍문화권의 사회 통념이 근본이 '종교'에 기인하고 있다는걸 엿볼 수있는데, 라지에는 소변 실수를 한 나데르의 아버지를 씻기기 전에 종교 단체에 전화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죄가 되지 않을지 미리 양해를 구한다. 그만큼 이 문화권에서는 '신'과 '종교'의 존재가 얼마나 깊고 탄탄하게 자리잡고있는지 느껴진다. 죄를 짓는 것같아서 불안함을 느끼지만 라지에는 형편상 이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임신한 몸에 어린딸아이를 챙기기도 바쁜데 남의 집안일과 치매에 걸린 노인까지 보살피려니 라지에는 한계를 느낀다. 






라지에의 얼굴에서 고단한 삶으로 인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라지에게 잠시 눈을 뗀 사지 나데르의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버리고 라지에는 그를 쫓다가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외상을 없는 가벼운 충격이었으나 임산부인 라지에는 이 사고로 인해 유산을 하게 된다. 이 사고로 인해 유산한 사실이 영화 후반에 밝혀져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라지에는 그저 사고 후 몸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다음날 나데르의 아버지가 잠든사이 병원을 간다. 혹시라도 나데르의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 사고가 발생할까봐 한 손을 침대에 묶어두고 외출을 했으나 이선택이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라지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데르와 그의 딸이 들어왔고 둘은 나데르의 아버지가 한손이 침대에 묶인채 바닫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데르는 라지에가 자신의 아저시를 방치해 이런 사고가 낫다며 격노했고 돌아온 라지에게를 도둑 누명까지 씌운 채 거칠게 내쫓아 버린다. 나데르가 라지에를 내쫓는 과정에서 라지에가 계단으로 넘어졌는데 후에 라지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유산했다며 나데르를 고소한다.


 




라지에의 고소와 함께 영화를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라지에의 남편이 등장해 나데르를 공격하기 시자하고 영화를 난잡하고 긴박하게 흘러간다. 나데르는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자신의 의도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고 다만 내쫓으려는 것 뿐이었음을 어필하고 임산부라는 사실또한 몰랐다고 진술하면서 사건은 애매모호하게 흘러간다. 








서로에게 유리해지기 위해 나데르와 라지에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게되는데, 그 거짓말이 또다른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로 인해 나데르의 자신의 아끼는 딸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게 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시작해 유산, 거짓말, 싸움, 상처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 스토리가 너무 괴롭게 느껴질 정도. 처음에는 나데르가 '실수'한 것에비해 너무 확대되어 고소된 것이 아닌가 '억울' 할수 있겠다고 생각되었으나 라지에의 가정에 비해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나데르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고 사소한 거짓말까지 해가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다소 역겹게 다가왔다. 조금은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주 조금이라도 잃지 않으려 아둥바둥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내가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중간에서 씨민이 합의를 해주고 이제 마무리 지어버리자고 설득하는 것을 나데르가 완강하게 거부하다 딸아이의 지친 모습을 보고 합의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 와중에 라지에는 '신'에게 죄를 짓는게 두렵다며 사실은 나데르 때문이 아니라 전날 사고때문에 유산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씨민에게 고백한다. 이제와서 이 사실을 밝혀 라지에는 거짓 고소로 무너뜨리기 보다 씨민은 그냥 이대로 모든것을 정리하기로 한다. 반면 나데르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합의금을 주려고 간 자리에서 라지에에게 자신때문에 아이를 잃을게 맞다라고 신께 맹세하라고 강요한다. '종교'가 그들의 삶인 이 문화권에서 신을 두고 거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라지에는 결국 맹세를 포기하고 남편또한 도망쳐 버린다.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합의. 물론 거짓을 맞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자신의 아버지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은 사실인데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은 넘어뜨려버리는 나데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고의적인게 아닐지라도.)


결국은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다. 영화는 나데르와 씨민이 결국 이혼하기로 하고 딸아이에게 누구와 살 것인이 의견을 물으면서 끝난다. 딸아이는 부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 하고싶어한다. 굉장히 통쾌하지 못한 결말..


결국은 자신이 우선이면서 '딸아이를 위해'라는 명목을 내세우는 부모들이 거북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모두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중간에서 거짓증언까지 하며 가정을 지키려고 애쓴 딸 아이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이 아이가 받은 상처를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너무 현실적이라 잔혹하고 마음이 무겁다.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미묘한 심리의 변화와 거짓말. 거짓말이이 거짓말을 낳고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현실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그러나 2번은 안 볼것 같다. 정신적으로너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