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Her Place
알버트 신
윤다경 / 안지혜 / 길해연
공허할 정도로 고립되고 텅 빈 농가로 수입 세단이 들어오고, 어느정도는 품위있는 삶을 유지할 것 같은 부부가 내린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하는 모녀와 부부의 태도는 시작부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농가 옆 허름한 방에 짐을 풀고 남편은 서울로 떠나며 소녀가 부인과 닮았다고 한다.
여기서 부터는 조금의 의심을 시작. 서서히 이들의 비밀스러운 거래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닮았다'라는 이야기와, 허름하고 누추한 방에 은신하는 듯한 부인의 행동에 뭐 숨겨둔 자식인가?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의심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더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부푼 소녀의 배로 명백해졌다.
이 영화는 전반에 깔린 이야기를 모두 설명해주는 친절함은 없지만 불안감과 긴장감과 함께 특유의 호흡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영화 속 어린 소녀는 남자친구와의 실수로 임신을 했고, 불임이지만 아이가 '필요'한 부부는 그 아이를 태어나자마자 입양하기로 한것.
그리고 부인은 그 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본인이 직접 임신과정을 겪은 것처럼 하여 불임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자 한것이다.
소녀의 어머니는 이것을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잣대로 쉽게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아직 스스로도 돌보지 못하는 연약한 여학생과 남학생이 아이를 낳아 책임지거나 행복하거나 혹은 그 밖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머니이기때문에 이 거래가 딸아이를 보호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소녀가 할수있는, 혹은 해야할 일은 안정된 생활 속에서 건강한 아이를 낳아 이 거래를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 하고 새롭게 삶을 출발하는 것.
물론 영화 전반에 깔린 불안감과 긴장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소녀는 부인과 개인 의사선생님의 케어를 받으며 부족함 없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지내지만,
거래가 만들어낸 안전의 울타리는 점점 소녀을 숨막히게 한다. 소녀는 임신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리지 않고
강제적으로 '격리' 당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만나려고 애쓴다. 소녀가 꾼 꿈 내용을 통해서 느낄 수 있듯이
소녀는 남자친구가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가진 사실을 직접 털어놓음으로써 아이를 지킬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드디어 소녀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고 만날 약속을 정한다. 그러나 그는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더이상 연락도 되지 않는다.
사실 소녀의 남자친구는 부인과 소녀의 어머니을 통해 소녀의 임신사실과 이미 이 거래에 대해 전달받았으며,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상태.
소녀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해 하다가 부인의 화장대에서 남자친구의 학생증을 발견한다.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조차 이미 이사실을 알고 동의를 한 상태임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진통을 느끼며 안절부절 못하다 유한락스를 마셔 자살을 시도한다.
모든걸 다 지워버리려는 듯이 억지로 몇차레 락스를 삼키고 쓰러진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부인은 바로 의사선생님을 부르고
발작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소녀의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낸다. 아이는 지켰지만 소녀는 죽었다.
소녀가 죽은 후 절망과 슬픔과 분노, 죄책감이 한데 뒤섞인 어머니의 눈빛이 정말 섬뜩했다.
무언가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날것 같은 불안감이 계속 들었지만,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죄를 탓할 수도없으니
부인은 아이를 서울로 데려가고 영화는 조용히 끝났다.
무엇보다 영화의 연출방법이 매우 인상이 깊었는데,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더불어 전체적인 긴장감과 불안을 사물과 공간을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주었다. 공간을 두고 프레임을 둔 구도라던지, 텅비어 불안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헛간,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폐자재 등 생명력 없고 정적인 요소들을 통해서 영화 속 긴장을 꾸준히, 절정까지 몰입도 있게 유지하였다.
때문에 긴장이 절정으로 치닫아 소녀가 락스를 마시고 배를 가를때는 머리는 쿵하고 맞은 것같은 충격이 다가왔다.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누군가를 탓하거나, 선악을 판단하거나 할수도 없는게 소녀가 죽긴했지만 그녀를 무언가의 희생양이라고 하기도 어렵기때문이다.
소녀의 실수로 생긴 아이, 아이를 필요로 하는 부부의 입양, 소녀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선택. 결국 보면 영화 속 거래도 인물들 각자의
이해관계로 맺어진 것이고 극단적인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일방적인 거래도 아니었기에 결말의 메세지가 명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영화 전개되는 내내 어딘가 불편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부분은 인간의 본질 혹은 본성적인 부분과 연관되어
그런것 같다. 왜 그래야되는지, 혹은 이래도 되는지에 대해서 당위가 부족하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해도 그부분을 판단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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