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데릭 시엔 프랜스
라이언 고슬링(딘), 미쉘 윌리엄스(신디)
'악역'이라고 말하다.
아름답고 찬란했던 사랑이 휴지통 속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았다.
사실 내눈에는 처음에도 아름답고 찬란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둘 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이었겠지만.
대체 둘 사이의 문제가 뭐였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무능력한 남편 딘이 문제였을까?
현실에 지쳐 더이상 딘을 사랑하지 않는 신디가 문제였을까?
영화가 전개될수록 자꾸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고, 한명은 악역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나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악역이 되어버렸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둘은 너무 달랐고, 둘의 삶 중 어떤 것도 누구의 삶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조금은 딘의 편에 서고 싶었다. 딘은 자신의 아이도 아닌데 임신한 신디와 함께하고자하는 선택을 했고,
자신의 삶에 대한 편견을 감수하고, 신디와 딸, 가정을 지키고자 애썼다.
사실 최선을 다했다고 할수는 없지만 (딘은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딘이 딸과 아내를 대하는 모습은 분명 사랑이었다. 진짜 사랑.
그리고 이미 딘은 자신이 신디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불편한 사실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내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신디는 원치않는 임신이라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중절수술도 포기하고
딘이 건넨 손이 마냥 기쁘고 고맙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 후 현실에 눈을 뜨고, 스스로가 비참해지고, 딘이 원망스러워진 것.
결국은 다 본인의 선택이었고 본인의 삶을 산 것인데,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
혹은 너가 나쁘다, 악역이다 라는 시각이 불편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일용직의 딘이
짊어져야했을 편견들이 마음이 아팠다.딘은 소위말하는 삶의 '조건'과 '기준'에서는 많이 벗어나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삶을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
극 중에서 신디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의 '조건'과 '기준'에 빗대어
딘을 날라리, 폭력적인 남편, 가정불화의 원인 바라보았고, 나또한 영화 초반부에는
날라리같은 남편인 딘이 이 가정에 문제일거라고 단정지었었다.
그리고 러브호텔에서 신디는 딘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딘으로 하여금 '나쁜' 역할을 맡게끔 의도하였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고 지금 삶이 불행한 원인은 너야, 너가 문제있는 남편이기 때문이야.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이.
단지 현실에 눈떠 사랑이 식었을 뿐인데, 그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아내 상처주고자한다는게 아이러니했다.
딘은 신디에게 손찌검하고,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신디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사실 역겹기까지 했다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며 소리치는 딘이 아른거린다.
'Film Box'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투비블루 (Born to be blue, 2016) (0) | 2017.01.01 |
---|---|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s, 2011) (0) | 2016.12.29 |
인 허 플레이스(in her place) l 2015 (0) | 2016.01.12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a short film about love, 1988) (0) | 2016.01.05 |
파이트 클럽 (Fight Club, 1999) (0) | 2016.01.04 |